스위스의 대지 위에 머물며 배운 것들(1) > 임원[칼럼]

두 다리로 디딘
여덟 갈래 길에서 나는 시간의 결을 따라 흐르는
진짜 자유를 마주했다.

스위스는
걷는 이들에게 너그러운 나라다.
튼튼한 두 다리와 마음 편한 운동화만 있다면
누구나 알프스의 품에 안겨
들 수 있다.

도시의 소음에서 멀어져
자연 속에서의 고요를 찾고자 캠핑 장비를 들고
떠났던 여정 속에서, 나는 여덟 개의 길과 마주했다.
각기 다른 얼굴을 지닌 그 길들은 때로는
우리에게 조용한 대화를 건넸고,
때로는 옆지기와 함께 걷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 코스 소개는 그 여정의 기록이자,
누군가의 다음 여행을 위한 가이드다. 실제로 걸어본 코스들에는 거리와 해발, 소요 시간, 그리고
이동 방법을 간단히 정리해
두었다.

대부분의 코스는
산악열차나 푸니쿨라, 곤돌라 같은 교통수단으로
능선을 먼저 오른 후 하산 중심으로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도록 짜여 있다.

고된 등반보다
자연 속에서 천천히 풍경을 누리는 일에
초점을 둔 하이킹들이다.

#바람을 따라 걷는 기적 –
스위스 하이킹이 품은 본질의 이야기

스위스의 하이킹 시즌은
보통 6월에서 9월까지이지만, 계절의 경계는
그리 절대적이지 않다. 눈부신 햇살과 만년설의 공존,
고요한 호수와 초원의 바람, 그리고 이 모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사람의 손길....

하이킹 도중 쉽게 만날 수 있는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곤돌라, 그리고 로컬 버스들은
그 여정을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그 중 몇몇 코스는
해발 3,000m를 넘기도 하지만,
그 고도에서 오래 머무는 경우는 드물어 고소증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다. 오히려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설산과 구름 바다, 길게 늘어진
빙하의 모습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북위 47도에서의 산악 기후는
일교차가 크고, 한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며,
때때로 코 끝에 닿는 눈송이가 계절을
잊게 만든다.

스위스의 길은
단지 산과 호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걷는 이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자연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한걸음씩 나아갈 때,
사람은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진짜
쉼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소개할
여덟 개의 코스는 그러한 쉼과 자유의 순간들이
깃든 길이다. 누구와 함께 걷든, 어떤 계절에 찾든,
스위스의 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다만 한 가지 준비할 것은,
걷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코스 운영 담당 임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