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횡계 지르메, 바람과 시간이 머무는 산 > 임원[칼럼]

잊혀진 마을에서 , 머무는 여행지로~~~

대관령 깊은 품 안,
해발 800미터 가까운 고지의 조용한
횡계 지르메 마을은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짙은 안개가
아침마다 주변을 감싸고,
햇살이 퍼지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마을 위로
사람의 손길이 적당히 머문 자연과, 그 자연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고요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이어져
내려온다.

지르메라는 이름도 생경하지만,
그 속엔 오래된 마을 사람들의 숨결과 기억이
담겨 있다.

강원도의 방언으로
고개를 감싸는 산등성이를 뜻하는 지르메는
그 말처럼 마을을 휘감고 도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사계절 다른 표정을
품어낸다.

봄이면 진달래가 피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 속 바람이 밭두렁을 타고 흐른다.
가을엔 단풍이 마을을 감싸고, 겨울엔 하얀
눈꽃이 산허리를 덮으며 이곳을 눈이
시작되는 곳으로 만들어 준다.

서울의 남산이 도시의 품을 넓혔다면,
대관령에는 지르메산이 있어 마을의 뿌리를 단단히
감싸 안고 있다. 해발 930미터의 이 산은
결코 웅장하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방향이고 기억이며,
자연 그 자체이다.

도심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깊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이 산은
사람 손이 덜 탄 산책로, 나지막한 돌탑, 오래된 소나무 군락을 품고 있어 길 잃은 마음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묵묵한
쉼터이다.

하지만 이 지르메산은
단지 조용한 산이 아니다. 이곳은 대한민국
스키 문화의 발상지이기도 하다.1960년대, 인공설도 리프트도 없이, 사람의 용기와 자연의 순수함으로 시작된 첫 스키의 발자국이 바로 이 능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도 산 일부엔 당시의 자연 슬로프가
남아 있으며, 스키는 단지 스포츠가 아니라 기억을
타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바람결과 함께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 마을은
또 하나의 겨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차디찬 겨울 바람과 싸우며 명태를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한 끝에 깊은 맛을 지닌 ‘황태’가 만들어지는
이곳은 대관령 겨울의 인내와 정성이
고스란히 스며든 황태의
고향이기도 하다.

자연의 온도차와 주민의
손길이 만들어내는 이 특별한 숙성 풍경은
지르메 마을만의 고유한 겨울 풍경이
되어준다.

이렇듯 지르메산과 지르메 마을은
단순한 자연을 넘어 대관령의 기억과 뿌리를 품은
장소이지만 그러나 아직 이곳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자연이 주는 위로,
마을이 간직한 시간의 온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필요로 하는 대관령의 여행자들에게
이 아름다운 장소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지금이 그 숨겨진 보석에 빛을 비출 때이다.

사단법인 대관령두메길은
지르메산과 그 둘레길을 정비하고,
산 중턱이나 정상에는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해서 이곳을 대관령을 찾는
모든 이들이 꼭 걸어보아야 할
힐링 트레킹 코스로
만들고자 한다.

도보로 횡계 시내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이 코스는 가볍게 2~3시간 남짓 걸을 수 있는
부담 없는 둘레길이며, 도시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될 수 있는
쉼의 길이다.

이는 단순한 길 만들기가 아니다.
지르메산 둘레길은 대관령이 품은 사람과 자연의
기억을 걷는 일이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체류형 관광의 기반이자,

향후 대관령두메길의
대표 노선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미래형
힐링 콘텐츠이다.

자연이 천천히 길러낸 산,
사람들이 묵묵히 살아온 마을,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하나의 길,

지르메산 트레킹 코스 개선 사업은
지금, 대관령이 품은 진짜 이야기를 걸을 수 있도록
세상에 꺼내놓아야 할 시간이다.

코스 운영 담당 임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