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가 흘러 산을 적시듯, 사람의 마음도 숲에서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임원[칼럼]

제주도 서귀포
치유의 숲이 그려낸 자연 속 회복의 모델을 바라보며, 대관령의 품 안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로
제 2국민의 숲으로 가꾸어 갈 칼산둘레길을
꿈꾸는 중이다.

바람에 실린 흐름이 능선을 넘듯,
대관령의 숲도 그 고요한 품으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안아준다. 우리가 그리고자 하는
칼산둘레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그곳은 누군가의 걸음으로
살아 숨 쉬고, 누군가의 상처가 조용히 위로받는,
그런 숲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표현이다.

제주도 서귀포 치유의 숲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고, 정갈히 다듬어진 숲길 위를 전문 치유사와
함께 걷는 프로그램은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온전한 집중과 쉼을 경험하게 하며
깊은 치유를 선물한다.

하지만 대관령은
조금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숲, 지갑이 아니라 마음 하나면 닿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은 누구든 비용의
장벽 없이, 그저 걸을 수 있는 권리만으로
누리는 숲이 되고자 한다.

치유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의 숨결 속에 스며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칼산 둘레길은 지금,
조용히 그 여정을 시작했다.
길은 아직 거칠고, 안내판은 낯설지만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눈빛만은 분명히
다르다.

도심에서 올라온 무심한 발걸음이
능선을 타고 흐르며 점차 가벼워지고,숲의 향기와 바람의 온도에 젖어 마음이 풀어지는
순간을 만난다.

우리가 이 길을
국민의 숲이라 부르고 싶은 이유는
단지 행정적 명칭 때문만이 아니다.누구나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숲, 그저 산책하다가 문득 멈춰 서서
숨을 고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런 곳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숲’이라 믿는다.

서귀포 치유의 숲이
정돈된 치유의 상징이라면,
대관령 칼산은 일상 속의 치유를 지향한다.

고요하지만 멀지 않고,
아름답지만 특별한 준비 없이도 걸을 수 있는 길.
그런 숲길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칼산에 작은 표지판 하나를 세우고,
낙엽이 덮인 길을 정리하며 다시금 다짐해본다.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땐 정말 힘들었는데, 그 길을 걷고 나서 조금 나아졌어....라는 말로
남게 되기를.

대관령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두 번째 마음의 숲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준비해가고 있다.

코스 운영 담당 임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