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브레방과 대관령 두메길에 대하여 > 임원[칼럼]

#샤모니에 ^르 브레방^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대관령의 두메길^이 있다.

두 산길은 전혀 다른 대륙에 뿌리내린
산맥 위를 걷지만, 걷는 이의 마음속에 남기는
여운은 어느 계절이든
깊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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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브레방은 하늘을 마주한 길이다.
프랑스 샤모니 마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숨이 멎을 듯한 알프스의 병풍, 그리고
그 중심에 우뚝 선 몽블랑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바람은 차갑지만 경건하다.
바위 능선 끝자락에서 맞는 고요한 바람은
마치 이 세상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착각을 준다.
길 위엔 야생화 대신 돌길이 있고, 목소리 대신
바람의 속삭임이 있다.

이곳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고 겸허한 존재인지
그 자체로 느끼게 해주는 대자연의
성소이다.

대관령의 두메길은
마음을 내려놓는 길이다. 대관령의 완만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 이 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고랭지 밭을 스치고 작은 마을과
양떼 목장의 풍경을 조용히
품는다.

그 속엔 도시에서 바삐 살아온
이들의 마음을 하나씩 정리해주는 넉넉한 품이 있다. 바람은 향긋하고, 사람들은 따뜻하다. 산길에 핀
들꽃과 나뭇잎에 맺힌 이슬, 지나가는
트렉커의 발걸음 속에 묻어난
여유와 일상의 감동...

이 길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마을이 함께 어우러진 삶의 이야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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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브레방이
세상의 끝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길이라면,

대관령 두메길은
일상 깊숙한 곳에서 삶을 마주하는 길이다.

하나는 절경의 찬란함으로 가슴을 뛰게 하고,
다른 하나는 소박함의 울림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두 길 모두,
그 자체로 여행이고, 치유이며,
걷는 이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그대가 고요함을 원한다면 두메길을, 경이로움을 원한다면
르 브레방을 걷고, 그 길 위에서
스스로와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